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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어제 나에게 일어난 사건...

2003.03.14 16:33

늘푸르네 부인 조회 수:445 추천:11



죄송합니다~~~  어제 연습에 꼭 가고 싶었는데...
그래서, 짐도 많은데, 악기를 들고 왔는데...
갑자기 사건이 생겨버렸습니다...

사건은 어제 오후에 일어났어요...
오후 3시에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아이들이랑 청소를 막 끝낸 참이었지요...
우리반 아이 엄마가 씩씩대면서 전화를 했더군요...
우리반 다른 아이가 그 아이를 교문 앞에서 마구 때렸다나요?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내가 말할 틈도 없이 자기 혼자 떠들더군요...
작년에도 학기 초에 아이들한테 얻어 맞고 와서 성질이 났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겼다...
학교에서 성의 없이 아이들에게 대처해서 그런거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싸우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 문제다...
싸울 일이 있으면 싸워야 하는데, 싸우지 말라고 가르쳐서 우리 애가 맞고 오는게 아니냐...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럼 학교에서 아이들과 싸워도 된다고 가르치라는 말인건지... -_-;;;)
그래서, 그 말을 끊고, 제가 말을 시작했지요...
싸우지 말라고 가르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대해서, 그리고, 문제 해결에 대해서...
언성을 낮추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뭐라고 또 그러더니만 알았다고, 알아서 해결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다행이다 싶어서 전화를 끊고, 때린 아이를 찾아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어요...
그런데, 5분 뒤, 다시 맞은 아이 엄마가 전화를 했어요... 저더러 파출소로 오래요... -_-;;;
아이 아빠가 애 맞은거 보고 흥분하더니, 파출소로 데리고 가서, 파출소에서 난리를 치고 있다나요?
저더러 빨리 파출소로 오라고 하고는 전화를 딱 끊는 애 엄마를 보면서 어이가 없었지요...
그래서, 교감한테 외출하겠다고 말하고는, 파출소로 갔어요...
가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지요... 나, 이러다가 한대 맞는거 아냐? 쩝...
파출소에 가니, 울고 있는 아이와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벌건 애 아빠와 경찰들이 있더군요...
딱하다는 듯한 경찰들 표정을 보면서, 화가 나는 걸 참고 애 아빠와 얘기를 시작했어요...
그 애 아빠는 학교의 나쁜 점만 잔뜩 이야기 하고는 이제껏 참다가 폭발한 거라고 하더군요...
심지어는, 영어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전쟁을 일으키려는 미국에 대해서 나쁜 말을 했다면서...
전교조나 하는 선생님들이 사상 교육을 하는건 참을 수 없다면서 삼가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만, 한번만 더 이런 사건이 생기면, 변호사 선임해서 민사 소송을 하겠대요...
학교측에서 학교 폭력을 방관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나요?
너무 화가 났어요... 예전에 도대체 선생님들이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새학기 시작하자마자, 남자애들이 때리고 싸웠다고, 대뜸 파출소로 애를 데리고 가고...
담임을 파출소로 오라 가라 하는 이 애 엄마 아빠들의 상식에 대해서 의심이 가더라구요...
최소한, 저한테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주고 나서, 마음에 안들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게다가, 몇명이서 한명을 때린 것도 아니고, 일대일로 시비가 붙어서 싸운건데,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애 엄마랑 저랑 전화하는 동안 고발하겠다면서 애를 데리고 파출소로 갈 수 있는거냐구요...
그러나, 술을 먹은데다 잔뜩 열받은 애 아빠랑 뭔 얘기를 하겠어요...
그냥 이렇게 저렇게 잘 달래서 돌려 보냈지요...
흐흐~~~ 그 애 아빠, 헤어지기 전에 한마디 더 했어요...
이런 일이 있었다고 자기 애에게 편견을 가지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구요...
파출소에서 5시 다되어서 학교로 들어오는데, 참 암울했습니다...
애들 싸움에, 태어나서 생전 처음 파출소를 다 가보고...
(가니까, 경찰이 저한테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를  묻더군요... 진짜 기분 나빴습니다... -_-+++)
한번만 자기 애가 더 맞으면 민사 소송을 하겠다는 소리도 듣고...
진짜, 다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 4년동안 6학년 담임하면서, 학부모님들이 저를 참 많이 좋아하셨는데...
아이들도 저를 많이 좋아해서, 졸업한지 몇년이 지나도 아직도 찾아오는데...
한 해 한 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에게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싶으니까, 속상했어요...
그렇게 어깨가 축 처져서 교실에 들어오니까...
몇몇 아이들이 남아 있다가 저에게 위로를 해주더라구요...
선생님, 힘 내세요, 저희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선생님 말도 잘 들을께요, 하구요...
훗~~~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풀어지대요...

어쨌든, 어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다 내 마음같지 않다는걸, 뼈저리게 배운 하루였습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도 배웠구요...
훗~~~ 서른이 되기 전에 파출소에도 가보는 경험도 했구요... ^^;;;

하여간, 그런 일을 겪고 나니, 힘이 쭉 빠지면서 머리가 지끈 지끈 아프더라구요...
도저히 서울까지 연습에 갈 수 없는 상태였어요...
흐흐흐~~~ 그런데, 어제는 많은 분들이 연습에 못오셨군요...
새로운 회원들까지 오셨다는데, 진짜로 죄송합니다...

우리 모임에 유난히 교사가 많이 있지요?
쩝... 좋은 학부모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거 같아요...
저도 어제 같은 일은 정말 처음이라서, 얼마나 속상하고 힘들었는지 몰라요...

어쨌든, 어제 연습에 못가서, 진짜로 죄송합니다...
다음주에는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연습에 참여하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안녕히~~~